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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동 골목길 - 공간

권형기 | 2015.04.29 14:22 | 조회 : 2042

근대화의 개발 과정에서 산업화, 서구화, 현대화는 하나의 등식을 이루면서

최고의 목표가 되었고 낡은 것은 곧 바꿔야 할 대상이 되었다.

이러한 등식에 따라 우리의 옛 도시 서울은 자신의 오랜 역사를 부정하고

그 스스로를 바꿔야 하는 대상으로 정의하게 된다.

물론 이런 현상은 우리 사회 전체에 같이 적용되는 등식이겠지만,

서울은 우리의 수도라는 그 멍에 때문에 한결 그 경향은 심하였다.

하지만 세심하게 서울을 살펴보면

아직 과거의 '동네' 그리고 그 동네 안의 사람들이 살아있던 시절을 느끼게 하는

그 시대의 풍경이 조금은 남아 있다.삼청동 골목길

20, 25층 경쟁적으로 층수가 올라가고,

번듯번듯한 디지털 문명이 지배하는 우리의 수도 서울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그러한 동네가 마치 딴 세상처럼, 이곳은 서울이 아닌 것처럼 남아 있다.

그 예전에 저 담장 안에는 까만 장독대가 놓여져 있었고

그 집 마당에는 수도꼭지와 커다란 스텐레스 세수대야가 놓여져 있었다.

대개 이른 새벽 신문배달하는 학생들이 총총이 신문을 던지며 이런 골목은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 집집마다 마당의 그 수돗가에서 세수하는 소리가 들리고는

출근하는 남편들과 학교가는 아이들이 대문을 열고 허둥거리며 뛰어나왔다.

오후에는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이 골목에서 온갓놀이를 한다.

남자애들의 칼싸움놀이부터 여자아이들의 고무줄 놀이 등등

해가 들어가고, 한집 두집 사람들은 퇴근을 하고 어느 집은 새벽 통금이 되기 전에

술에 취한 아저씨가 집을 못찾고 남의 집 철로 만든 대문을 걷어차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도 하였다.

하루 하루가 다르게 오래된 단독주택들은 허물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새롭게 다세대 빌라며 고층 아파트가 올라가고 있다.

서울이라는 공간은 왜곡되어버린 슬픈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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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형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