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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사람풍경] 저 오늘 휴강합니다, 대학동 독립영화관 <자체휴강시네마>

By SeoulStoryMaster 2018-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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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구 대학동의 유일한 영화관 <자체휴강시네마>는 독립영화, 그 중에서도 단편영화를 상영하는 곳이다. 

사물, 공간, 심지어는 사람마저 ‘대체 가능한 사회’로 변해가는 흐름 속에서도, ‘대체 불가능한 개성’을 지닌 영화관의 박래경 대표를 만났다.  







영화인에게 상영의 기회를, 관객에게 선택의 기회를



<자체휴강시네마>는 위와 같은 모토를 가지고 운영되고 있다. 

학창시절 때부터 영화 보는 것을 즐겼던 박 대표는 단편독립영화를 접할 수 있는 곳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사실에 아쉬움을 느꼈다. 

가끔씩 영화제에서 몇 몇 작품들이 상영되기는 하지만, 상설로 단편독립영화를 상영하는 영화관이 없었다는 것. 

단편독립영화를 제작하는 영화인들 입장에서는 상업영화를 위주로 상영되는 영화관에는 설 자리가 없었고, 

이러한 작품을 감상하고 싶은 관객들 입장에서도 이를 접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설립된 <자체휴강시네마>는 

영화인에게 자신들의 작품을 상영할 수 있는 기회를, 관객들에게는 단편독립영화를 선택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독립을 준비하는 이들의 독립영화관



“그 위에 무엇이든 그릴 수 있는 백지처럼, 가능성이 많은 곳이죠.” 

대학동에 자리를 잡게 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박 대표는 이렇게 답했다. 

대학동은 공무원시험 준비생이나 대학생 1인 가구와 더불어 최근 젊은 직장인들의 거주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젊은 연령층의 1인 가구가 많고, 그만큼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곳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또한, 대학동에는 오랜 기간 거주하는 사람들보다는 독립을 준비하며 잠시 머무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독립을 준비하는 이들이 사는 곳에 독립영화관을 개설하는 것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고도 전했다.   






저 오늘 휴강합니다



“대학생 때는 ‘휴강’보다 행복한 것이 또 없잖아요. 이곳을 찾아주시는 모든 분들께 ‘휴강’의 행복을 선사해드리고 싶습니다.” 

‘대학동’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주변에 대학생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서 영화관의 이름을 ‘자체휴강시네마’로 정하게 되었다고 

박 대표는 말한다. 

이제는 대학생뿐만 아니라 공무원시험 준비생, 직장인 등 좀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손님들이 이곳에서 잠시나마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가는 것이 그의 바람이라고 한다.  





단편 독립영화의 매력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시나리오를 공부했던 박 대표는 독립영화의 매력을 “진심과 진실로 다가오는 것”이라고 말한다. 

상업 영화가 우리의 판타지를 채워주는 경우가 많다면, 독립 영화는 우리의 현실을 거울처럼 비춰준다는 것. 

예를 들어, 9월 상영작 중 <자유연기>, <그녀는요>라는 작품은 여성들에게 강요되는 획일적 아름다움에 대한 인식을 

비판하고 있으며, <우리가 택한 이별>이라는 작품은 노량진이라는 공간을 조명하며 수험생의 불안함, 외로움 같은

감정을 잘 다루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짧은 분량 안에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담아야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부분은 없애고 

한 명의 주인공, 하나의 사건에 집중하여 스토리의 몰입도가 높다는 것도 매력적이라고 말한다.  






기억에 남는 손님



“손님 한 분 한 분 모두 특별하지만, 단골 고시생 손님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작년에 마지막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수험생 손님이 합격한 후 찾아오셔서 직접 축하해드렸다고 박 대표는 말한다. 

마지막 시험의 합격자였던 그 손님을 떠나보내며, 수 십 년간 수많은 법조인을 배출했던 사법시험이라는 제도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을 두 눈으로 목격했고, 당시 형언하기 힘든 감정을 느꼈다고 설명한다. 

마치 역사의 한 장면을 보는듯한 기분, 그리고 고시촌이라고 불렸던 대학동에도

변화가 시작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그는 전했다.





이처럼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변함없이 무엇인가를 지켜나가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조명받지 못한 것들을 비추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다. 이 곳에서는 조명받지 못했던 작품들에 주목하고, 이들을 꾸준히 지켜나가고 있다. 

아마도, 변함없이 지키고 싶은 가치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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