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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것과 새 것이 공존하는 곳, 을지로 카페거리.

By SeoulStoryMaster 2018-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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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히 끝나지 않은 장마에 하늘이 어둑했던 7월. 자의가 아닌 타의로 첫 월차를 썼다. 월요일도 금요일도 아닌 목요일. 회사에서 정해준 날짜였다. 친구들은 한 달에 한 번만 쓸 수 있는 월차까지 원하는 날짜에 쓸 수 없는 햇병아리 인턴의 처지를 안타까워하며 혀를 찼지만 내 기분은 최고조였다. 나에겐 휴식이 간절했다. 온종일 신경을 곤두세우며 인턴사원 으로 존재하는 시간이 아닌 온전히 나라는 사람으로 존재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 오전엔 미루고 미뤄왔던 병원 진료를 받고, 오후에는 정말 오랜만에 외출을 하기로 했다. 너무 시끄러운 곳은 가고 싶지 않았다. 적당히 소란스럽고 적당히 사람냄새 나는, 그런 곳에 가고 싶었다. 그렇게 가게 된 곳이 을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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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을지로는 ‘서울’이라는 도시의 보편적인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는 곳일지도 모른다. 아담한 건물들은 곳곳에 칠이 벗겨져 있고, 빛바랜 간판들은 그곳을 지켜온 세월을 알려준다. 하지만 그 목요일에 을지로로 향했던 이유는 그 이면에 숨겨진 을지로의 색다른 모습을 보기 위해서였다. 을지로는 비교적 사람들의 입을 타지 않은 카페 명소다. 오래된 골목과 건물에 하나 둘 자리 잡기 시작한 카페들은 독보적인 분위기로 아는 사람만 안다는 특별한 장소가 되어가고 있다. 이날 나는 보물찾기 하는 마음으로 두 곳의 카페를 방문했다.




○ 카페 '잔'

○ 서울 중구 수표로 52

○ 월-토 11:30~24:00 (일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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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방문했던 곳은 카페 <잔>이다. 앞서 보물찾기를 하는 마음으로 카페를 방문했다고 한 이유를 잔의 간판을 보면 알 수 있다. 을지로의 카페들은 눈을 크게 뜨고 보지 않으면 지나칠만큼 꼭꼭 숨어 잇는 곳이 대부분이다. 이곳 <잔> 역시 그랬다. 간판이 두 개나 있으면 무얼하나, 너무 작아서 보이질 않는데. 그 부근을 한참동안 해맨 후에야 잔의 작고 귀여운 간판을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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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건물의 3층에 위치한 <잔>은, 화려한 인테리어와 오래된 상가 고유의 분위기가 묘하게 어울리며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이다. 카페의 이름이 <잔>인데에는 이유가 있는데, 이곳의 트레이드마크는 뭐니뭐니해도 잔이다. 카운터 옆의 아늑한 공간, 아기자기한 잔들이 예쁘게 모여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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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를 선택할 때 잔도 같이 선택해서, 원하는 잔에 담긴 커피를 마시는 것이 이곳의 기본적인 룰이다. 이날 나는 베트남식 연유커피를 주문했는데, 각자의 사연이 담겨 있을 것만 같은 빈티지한 유리잔들 중 하나만 선택하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 사소하지만 행복한 고민이었고. 고민 끝에 이 날 나의 잔으로 선택한 것은 귀여운 꽃이 그려진 작은 유리잔. 내가 선택한 잔에 담겨 나온 커피를 보니 맛을 보지 않아도 달콤한 맛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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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가 뚫린 자국이 그대로 드러난 다소 과격해보이는 벽이 눈에 띄었던 잔의 인테리어. 하지만 특유의 따뜻한 분위기를 풍겨 기분좋아지는 곳이었다. 하나하나 신경써서 고른 것이 느껴지는 조명과 인테리어 소품들을 구경하는 재미 역시 쏠쏠했다. 마음에 쏙 드는 자리에 앉아,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심각하게만 느껴져던 나의 고민들까지 가볍게 느껴지는 듯 했다. 그렇게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 '커피 한약방'

○ 서울특별시 중구 삼일대로12길 16-6

○ 평일 8:00~22:30 

   토요일 11:00~22:00 / 일요일 12:0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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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향했던 곳은 <커피한약방>. <잔>이 오래된 건물 사이에 숨어 있었다면 이곳은 오래된 골목에 숨어 있다. 역시나 찾아가기가 힘들어서 골목길을 한참동안 헤맸는데, 낡디 낡은 회색빛 시멘트 건물과 현대식 건물들이 묘하게 섞여 있는 골목을 보는 것도 을지로에서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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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게 도착한 커피한약방.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마주본 두 건물이 모두 커피 한약방이다. 왜 이런 곳에 카페가 있나, 의아할 수도 있지만 이곳의 터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바로 허준이 환자를 돌보던 혜민당의 터를 카페로 만든 곳이기 때문. 그런 의미가 있어서인지, 카페 안은 빈티지한 분위기로 가득하다. 오래된 시계와 라디오, 우리 전통문양으로 채워진 카페는 <잔>과는 또 다른 아늑함을 느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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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한 따뜻한 산딸기차를 받아들고 자리를 잡았다. 어느덧 해가지고 밤이 되었는데, 개인적으로 커피한약방은 낮보다는 밤에 가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아늑한 이 공간에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누구보다 평온한 기분을 느낄 것이다. 내가 그랬다. 꿀맛같았던 휴가가 끝나간다는 것은 아쉬웠지만 오늘 하루 좋았지, 행복했지하며 내일을 달릴 힘을 채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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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햐흐로 카페 천만시대다. ‘맛집’만큼이나 ‘카페’는 소비에서 중요한 키워드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커피 한 잔에 밥값을 웃도는 돈을 쓰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하는 사람 역시 적지 않지만, 개인적으로 이 시대에 카페라는 공간이 가진 힘은 굉장하다고 생각한다. 온전히 대화에 힘을 쏟을 수 있는 곳. 그리고 때로는 편안하고 때로는 색다른 분위기와 달콤쌉싸름한 커피가 그 대화에 힘을 보태주는 곳이 카페다. 그래서 사람들은 오늘도 나만의 아지트로 삼고 싶은 카페를 찾고 또 찾는다. 힘들고 지칠 때 내 마음을 위로할 수 있는 나만의 카페를 찾은 사람이라면 퍽 행복에 가까워진 사람이 아닐까. 이 글이 누군가가 그런 카페를 찾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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