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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까지 따뜻하게 채워주는 한 끼 – Since 1933, 세월만큼 깊은 맛을 내는 잼배옥 설렁탕

By SeoulStoryMaster 2018-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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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한 바람이 불어오면 생각나는 뜨끈한 국밥, 설렁탕

 


세계 어느 나라의 산해진미를 대령해도 한식이 최고라고 외치는 사람들을 소위 아재 입맛의 소유자라고 한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그게 바로 나다. 한식 덕후이자 아재 입맛의 소유자인 나에겐 계절마다 떠오르는 음식들이 있다. 봄에는 보기에도 먹기에도 좋은 떡 화전’, 여름에는 시원하고 담백하게 더위를 날려주는 콩국수, 그리고 가을과 겨울 추위가 밀려드는 날들에는 뭐니 뭐니해도 뜨끈한 국밥이 최고의 별미다




찌는 듯이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고 어느새 찬바람이 쌩쌩 부는 가을이 왔다.




특히 요즘 같이 갑자기 가을의 추위가 들이닥친 시기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뽀얀 국물의 설렁탕이 끼니때마다 머릿속에 어른거린다. ‘아재 입맛을 나에게 전수해준 장본인이자 말 그대로 아저씨인 우리 아빠는 날씨가 쌀쌀해지기 시작하면 주말마다 어린 나를 데리고 설렁탕 집을 찾으셨다. 찬바람을 헤치며 설렁탕 집에 도착하면 구수한 설렁탕 향기와 주방에서 밀려나오는 후끈한 공기가 나를 덮쳤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마침내 먹게 되는 설렁탕은 그보다 더 따뜻하고 든든할 수가 없었다. 아마 가을과 겨울, 설렁탕이 나의 계절 대표 음식으로 자리 잡게 된 데에는 아마 그런 추억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허기를 채워줄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훈훈하게 데워주는 소울푸드이기 때문에.

그런 내가 요즘처럼 쌀쌀한 날, 설렁탕이 무척 고파지는 날들에 어린 날의 추억을 음미하기 위해 찾는 설렁탕집이 있다. 1933년부터 묵묵히 설렁탕을 끓여내는 한결같은 가게 잼배옥이 바로 그곳이다.




“ 80여 년 세월 동안 한결같은 설렁탕의 성지, 잼배옥

 

 

겉보기에는 까마득한 고층 빌딩들로 빼곡한 듯 보이는 광화문과 시청 일대에는 세월의 풍파와 시대의 우여곡절을 견디며 고집스럽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오래된 맛집들이 구석구석 숨어있다. 1933년부터 8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손님을 맞이한 잼배옥이 바로 그중 하나다.





이름부터 범상찮은 설렁탕집 잼배옥은 바로 그 이름에서부터 가게가 지나온 세월이 흔적이 진득하게 묻어난다. 잼배옥은 지금의 자리에 가게를 내기 전, 서울역 뒤편, 동자동 근처에서 노포로 처음 장사를 시작했다. 이름 없는 노포였던 설렁탕 집을 동자동의 예전 지명인 잠바위골에서 잼배를 따오고, 거기에 식당을 의미하는 을 합쳐 손님들이 애칭 삼아 부르던 명칭이 그대로 상호로 자리 잡아 오늘날의 잼배옥이 된 것이라 한다. 그렇게 노포에서 시작한 작은 가게는 저만의 뚝심으로 세월을 이기고 발전하여 백년가게를 목전에 둔 설렁탕의 성지가 되었다.




마음까지 훈훈해지는 든든한 한 그릇의 정성


80년의 노하우로 끓여낸 설렁탕 맛은 (너무나 당연하지만) 깊고 풍부하며, 한 마디로 끝내주게 맛있다!



   정갈한 한상차림 / 기본에 충실한 밥상이다



삼삼한 설렁탕이 상에 나오면, 손님들은 본인의 기호에 맞춰 소금과 후추를 뿌려 간을 맞춘다. 주방에서부터 이미 짭쪼름하게 간이 되어 있는 대개의 설렁탕과 달리 잼배옥의 설렁탕은 먹는 사람의 입맛에 딱 맞춰 짜게도 싱겁게도 먹을 수 있다.

 




소금과 후추로 간을 맞추고 나면 아삭아삭한 식감과 알싸한 맛이 일품인 파 고명을 듬뿍 넣는다. 그리고 모락모락 김이 나는 하얀 쌀밥을 한 움큼 떠서 국물에 만다. 첫 숟갈은 깔끔하게 육수를 음미하고, 다음 숟갈은 새콤하게 잘 익은 깍두기를 얹어 먹는다.




부드러운 양지고기, 아삭하면서 새콤한 깍두기, 깊은 맛이 배어나는 사골육수, 알알이 씹히는 식감이 일품인 흰쌀밥. 이 모든 것이 어우러진 설렁탕 한 숟갈은 한 끼 식사라기보다 한 술의 행복에 가깝다




어둑어둑한 저녁 시간이 되자, 일을 마친 직장인들이 하나둘씩 가게 안에 자리를 잡는다. 설렁탕 한 그릇, 수육 한 그릇, 그리고 시원한 소주 한 병을 주문하고는 둘러앉아 이런저런 하루의 이야기를 나눈다. 주로 고된 업무의 이야기, 불같은 상사에 대한 한탄, 요즘 날의 고민들이 식탁 위를 오고 간다. 밉상인 직장동료 대신 수육 한 점을 씹고, 일하느라 허해진 속을 뜨끈한 설렁탕 국물로 달래고, ‘화룡점정소주 한잔에 하루의 피로를 잊어버린다.

그렇게 직장인들은 잼배옥에서 뜨끈한 설렁탕을 먹으며 다만 끼니를 때우는 것이 아니라 누적된 하루와 피로와 어깨를 무겁게 하는 걱정들까지 설렁탕 한 그릇, 술 한잔에 녹여내는 듯 보였다.




서울에서 가을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거리, 정동길



설렁탕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운 뒤, 나는 부른 배를 달랠 겸, 모처럼 혼자만의 시간도 즐길 겸 찬찬히 주변을 걸어보기로 했다. 마침 아름답기로 소문난 정동길이 가까운 곳에 있었다.

 

 



정동길은 말 그대로 아름답기로 소문난길이다. 1999년에는 서울시에서 선정한 걷고 싶은 거리 1로 선정되었고, 2006년에는 건설교통부가 지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심지어는 낙엽을 쓸지 않는 길로 지정되기까지 했으니 정동길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리고 얼마나 가을에 최적화된 길인지는 말해야 입만 아프다.

 




정동길은 때마침 단풍 소식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친구, 가족, 연인 소중한 이들과 가을 나들이를 온 사람들은 서로 여기가 예쁘다, 저기가 예쁘네하며 옹기종기 모여 웃음꽃을 피웠다. 곳곳에서 가을맞이 인생샷을 찍기 위한 카메라 셔터 소리도 끊이지 않았다. 가을 나들이로 한껏 들뜬 사람들의 행복한 모습은 아름다운 거리의 풍경과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




정동길의 사진 명당! / 한옥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단풍과 무척 잘 어울렸다.




혼자 정동길을 찾은 나는 남들보다 좀 더 차분하게, 찬찬히 정동길을 둘러보았다. 정동길을 둘러싼 삐뚤빼뚤 돌담길이 무척이나 정다웠다. 낙엽은 파란 하늘을 알록달록한 색깔로 물들였다. 불어오는 바람에서는 맑고 청량한 가을 냄새가 물씬 풍겼다. 생각해보니 참으로 오랜만에 보내는 혼자만의 시간이었다. 혼자 조용히 아름다운 길을 걸으면서 여유를 즐기자 평소의 복잡했던 생각들도 좀 더 단순해지고 복잡했던 머릿속이 한결 가벼워졌다. 이게 바로 조용하고 아름다운 길, 정동길이 주는 선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늦여름의 따뜻하면서도 선선한 날씨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가을과 함께 느닷없이 찾아온 추위가 마냥 달갑지가 않았는데, 정동길을 걷다 보니 새삼 가을이 왔고, 가을이란 이토록 아름다운 계절이었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혼자서 걷기에도 무척 좋았지만, 다음번에는 꼭 가족들, 친구들과 함께 찾아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맛과 멋 두 가지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가을맞이 서울 나들이

 





느닷없이 찾아온 가을의 추위는 왠지 모르게 우리의 몸도 마음도 움츠리게 만든다. 혹시 당신도 추위를 피해 자꾸만 집 안으로, 이불 속으로만 숨어들게 된다면, 가을의 추위 따위 가볍게 잊게 만드는 따뜻한 설렁탕 한 그릇, 단풍으로 아름답게 물든 거리의 풍경을 음미하며 다가오는 계절에 먼저 성큼 발 디뎌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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