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HOME > 스토리 피드

[칼럼] 가을밤 산책길 가기 좋은 서울의 축제 둘

By SeoulStoryMaster 2017-10-20
7066

가을을 맞아 서울 곳곳에서 축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여러 축제 중에서 서울의 걷기 좋은 길을 산책하며 가을밤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을 소개하려 합니다. 바로 ‘정동야행’과 ‘서울억새축제’인데요, 평소 야간 개방하지 않는 하늘공원과 정동의 근대문화유산들을 달빛 아래 즐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축제가 끝나도 운치 있는 정동길과 은빛 억새는 여전할 테니 언제라도 길을 나서봅시다. 


<그림자 극장>


정동길에 청사초롱을 밝히다 - 정동야행

19세기 말 개항 이후 정동에 개화의 바람이 불었습니다. 덕수궁 주변에 각국 공사관이 들어서고 배재학당, 이화학당 같은 신식 학교와 한국 최초의 기독교 감리교회인 정동제일교회가 둥지를 틀었습니다. 최초의 서양식 건물 ‘증명전’도 궁궐에 우뚝 섰지요. 정동만큼 대한제국의 격동기를 버틴 곳이 서울에 또 있을까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동야행은 우리나라 근대사를 어루만지는 축제라 할 수 있습니다. 


<최근 개방된 덕수궁 돌담길>


올해는 대한제국 선포 120주년을 맞아 고종황제 어가행렬과 곡호대 퍼레이드 등 특별한 행사가 열렸습니다. 대한제국을 대표하는 제단 환구단에서 출발해 정동길을 거쳐 갓 조성된 돈의문박물관마을까지 천천히 거닐며 축제를 즐겼습니다. 축제 기간 동안 야간 개방하는 근대역사건축물들도 꼼꼼히 둘러봤습니다. 얼마 전에 개방된 영국대사관 맞은편 덕수궁 돌담길도 잊지 않고 걸었지요. 오랜 세월동안 개방되지 않아 신비로움을 간직하던 그 길은 한산하여 마치 비밀 공간에 발을 들여 놓은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정동제일교회 앞에 자리 잡은 수공예 작품 판매 부스>


어둠이 내리자 청사초롱이 정동길을 밝히고 덕수궁 돌담길에 대한제국을 테마로 한 체험 부스에도 하나둘 불빛이 내렸습니다. 고종황제 즉위식을 기념한 색등 만들기와 대한제국 악기 만들기, 대한제국 순헌황귀비의 양산 만들기, 고종황제 의복 체험하기 등 평소 접하기 어려운 신기한 체험이 이목을 끌었습니다. 


<한 제약회사가 마련한 기념촬영 이벤트>


<대한제국 테마 부스에서 진행된 다양한 체험행사>


덕수궁과 배재학당, 정동공원을 잇는 거리에서는 공연이 수시로 열리고 신나는 버스킹 공연과 근현대 복식거리 패션쇼, 풍선아티스트의 현란한 퍼포먼스가 축제의 흥을 한껏 북돋웠습니다.  


<풍선아티스트의 거리 공연과 이벤트>


조선시대 신분에 따른 복색을 갖춰 입은 청년 자원봉사자들이 시민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며 색다른 즐거움을 나눴습니다. 정동제일교회 앞에 자리 잡은 수공예품 판매 부스와 한 제약회사에서 마련한 기념 촬영 이벤트도 인기 만점이었습니다. 


정동을 한 바퀴 돌아 시청 별관 13층에 있는 정동 전망대에 올라 덕수궁 야경을 감상하는 것으로 정동야행과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눴습니다. 벌써 2018년 정동야행이 기다려지네요. 


달밤에 억새의 군무를 감상하다 - 서울억새축제


<하늘공원 억새밭 산책로를 걷는 연인>


서울억새축제는 마포구 상암동 하늘공원에서 매년 10월 중순에 열립니다. 하늘공원으로 가는 길이 여러 가지인데요, 걷기를 좋아하는 저는 강변북로 방면 메타세쿼이아길을 걷다가 하늘공원 북쪽 계단을 이용해 오르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하늘공원 자락을 둘러 올라가는 길로서 사람들이 잘 모르는 서울의 숲길을 호젓하게 만끽할 수 있거든요. 하늘공원에서 일몰을 감상하기 위해 늦은 오후에 출발했습니다. 


<하늘을 담는 그릇 전망대에서 일몰을 기다리는 사람들>


월드컵 육교(평화의공원과 하늘공원을 연결하는 구름다리)를 건너 왼쪽을 바라보면 최근 조성된 메타세쿼이아 숲길이 보입니다. 이 길이 오래전부터 서울의 비밀 산책코스로 알려진 강변북로 메타세쿼이아 숲길로 연결됩니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올라간 메타세쿼이아가 마치 호위하듯 길 양옆에 늘어서 있습니다. 이를 사진으로 찍으면 실제 풍경보다 멋지게 표현되어 기념 촬영지나 출사지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 길이 끝나는 지점에 하늘공원로를 만나는데요 오르막을 조금 오르면 공원 북쪽 계단으로 이어집니다.     


<노을에 물든 하늘공원 억새밭>


하늘공원에 도착하니 햇볕이 한결 수그러들었습니다. 은은한 오후 빛을 받으며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억새밭길을 여유롭게 거닐었습니다. 산책로에 포토존과 무당벌레 브로치 만들기, 업사이클링 연필꽂이 만들기, 억새드라이플라워 종이액자 만들기 등 각종 체험 부스가 마련되어  드넓은 축제장이 한결 풍성해 보였습니다. 



한낮에 보는 억새도 아름답지만, 해 질 녘 억새밭이 훨씬 낭만적인 것 같습니다. ‘하늘을 담는 그릇’ 전망대에 올라 역광에 반짝반짝 빛나는 억새밭과 한강 너머로 지는 홍시빛 해를 감상하고 있으니 메마른 감성의 소유자라도 가슴이 촉촉해지는 걸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또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기념사진을 남기며 함박웃음 짓는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는데요, 덩달아 행복해지더라고요. 



해가 완전히 지면 하늘전망대가 반딧불처럼 반짝이고 억새밭을 비추는 오색 LED 조명이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하늘공원에서 굽어보는 한강 야경은 또 어떻고요. 정동야행과 서울억새축제 덕에 올해도 행복한 가을을 보냈습니다. 


글/사진 여행작가 김혜영

Top